“남들도 다 따라하는 데 뭘”
경쟁이 심한 업계일 수록 혁신과 모방의 경계는 희미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어떤 업계에서든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특허권 소송이니 상표권 분쟁이니 하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죠.
특히 미국에서 소송이나 법적 분쟁은 업주에겐 정말 골칫거리 입니다. 일단 소송장을 받게 되면, 대응을 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자동으로 승소하게 되므로 그냥 손 놓을 수도 없고, 시간당 $1,000 을 넘나드는 변호사 비용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죠. 따라서, 많은 경우에 당사자간의 합의(settlement, 세틀먼트)를 통해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마무리 짓게 됩니다.
이렇다 보니 억울한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지적재산권 소송의 경우는 특히 관련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엉터리 특허나 상표를 가지고 협박하여 돈을 뜯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계획적으로 망한 회사를 인수하여 지재권을 획득, 경쟁 업체 다수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여 선량한 업체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종종 보고됩니다.
물론 억울한 경우만 있는 건 아니겠죠. 관련 법규에 무지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할 수도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소송 당할 때는 당하더라도 지금 벌어 두는게 우선일 수도 있죠. 하지만 보통 “이 정도는 남들도 다 따라하는 데 뭐” 하며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조금만 알아도 큰 손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정확히 어떤 것들이 지적재산권법으로 보호되고 있는지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간단히 말해, 특허권은 “아이디어”, 저작권은 “표현”, 상표권은 “신뢰”를 보호합니다.
Patent (특허)
여기서 특허는 가장 보편적인 발명특허(utility patent)를 말하는데, 발명이라는 단어가 제시하듯 “여지껏 없던 새로운 생각”을 보호합니다. 헌데 새롭다고 무조건 보호하면, 시장 경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경쟁을 억제 하겠죠. 따라서, 특허는 그 취득 요건을 매우 까다롭게 하고 있는데, 그 중에 가장 어려운 요건이 “뻔하지 않을 것” 입니다.
다시 말해, 해당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 쉽게 생각해 낼 수 있는 아이디어는 특허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기존 물건의 단순한 조합이나 익히 알려진 방식을 단순 응용한 경우는 보호받기 어렵죠. 예를 들면, 자동차 엔진에 전기모터를 추가해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만들었다고 해서 특허를 받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특허와 관련해 여러분이 물어야 할 질문은 이 제품의 새로운 점이
“당연한 수순 (또는 트렌드) 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색다른 시도인지” 입니다.
Copyright (저작권)
위에서 저작권은 “표현”을 보호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표현이라는 것은 글이나 사진, 음성, 영상 등으로 기록될 수 있음을 뜻하죠. 이렇게 기록될 수 있는 “표현” 만이 보호되는 것이 저작권의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한 업체에서 고양이를 모델로한 사진을 패키징에 이용하여 큰 성공을 거뒀다고 가정해 보죠. 타 업체에서 고양이 아이디어를 그대로 베끼더라도, 다른 고양이 사진을 사용하면 저작권 침해를 피할 수 있습니다. 패키징에 고양이 사진을 사용한다는 아이디어는 특허 출원을 통해 보호해야겠죠. (물론 고양이 사진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으므로 특허 취득은 어렵습니다😉)
저작권 문제는 제품 광고 문구에 관련하여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보통 간단하고 보편적인 단어의 조합은 법으로 보호받기 어렵지만, 경쟁업체의 헤드라인를 통째로 베끼는 경우는 문제가 될 수 있죠.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paraphrasing (패러프레이징)이 필수입니다. 예를 들어, “what you must bring to your second marriage (당신의 두번째 결혼의 필수품)” 이라는 문구를 그대로 갖다 쓰면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지만, “you should bring this if you ever marry again (재혼 생활에 꼭 필요한 아이템)” 으로 바꾸어 쓰면 다른 표현이 되므로 저작권 문제가 없습니다.
따라서, 저작권과 관련해서는 “(실질적으로) 똑같은 표현인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Trademark (상표)
마지막으로 상표입니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패키지 상의 고양이 사진의 경우, 상표법 위반의 소지가 있습니다. 한 업체가 고양이 사진을 패키징에 사용하여 소비자들이 해당 업체를 고양이 사진과 결부시키게 되면 여기서 신뢰가 발생합니다. 즉, 소비자들이 고양이 사진을 보고 제품을 선택하게 되는거죠. 따라서, 다른 사진사가 촬영한 다른 고양이의 사진을 사용한다고 해도 상표법 위반을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때의 고양이 사진은 상표라고 볼 수 있는데요. 제품의 이름이나 회사 로고 문양 등만 상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다만, 실제로 소비자의 신뢰가 발생했는지 여부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증명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표는 미특허청(USPTO)에 등록하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