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미국에 “웹툰”이라는 명칭을 상표 등록 했다는 매일경제의 기사가 있었는데, 미국에서는 WEBTOON 이라는 명칭 자체를 쓰지 못한다는 부분은 잘못된 내용입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미국도 한국과 똑같이 일반적인 명칭은 상표로 등록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Fried Chicken” 이라는 상표를 하나의 치킨 업체가 등록해 버리면, 나머지 치킨 가게들은 공정한 시장 경쟁을 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도대체 네이버는 어떻게 WEBTOON 상표를 등록했을까요?
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등록 못 했습니다.
보시다시피, 2019년 6월 26일에 출원한 WEBTOON 상표는 1차 거절(Office Action)된 후 네이버 측에서 대응을 포기하여 취하(Abandoned)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 등록 이야기는 뭐죠?
바로 위와 같은 상표가 등록된 바 있습니다. 헌데 위 상표 등록은 누가 봐도 큰 차이가 있죠. Mark 항목 우측에 로고 이미지가 보입니다.
또한, 아래 세부 항목을 보면 Mark Information > Disclaimer 에 “WEBTOON” 이라고 명기되어 있는데요.
다시 말해 “WEBTOON” 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상표권을 청구(claim)하지 않았다(dis-)는 얘기고, 즉, 미국 시장에서 누구나 WEBTOON 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아래와 같은 등록도 있는데 Goods and Services > For 부분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Graphic art design (그래픽 아트디자인)과 Illustration services for others (일러스트레이션 서비스) 등이 열거되어 있죠. 웹툰을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닌, 굳이 적용해 보자면 웹툰을 제작하는 서비스에 해당합니다.
위의 몇가지 이슈와 관련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WEBTOON 으로 등록된 것 아닌가요?
상표는 제품/서비스와 연관되어 사용되기 마련이고, 따라서 특정 제품/서비스의 종류에 한정하여 등록됩니다. 가장 큰 분류이자 국제적으로 통일된 분류가 위의 International Class (국제분류) 로 표시된 부분인데요. 제42류라고 되어있죠.
이 국제분류는 니스 협정국에서는 모두 통일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 42류는 한국어로는 아래와 같이 정의되어 있습니다.
과학적, 기술적 서비스업 및 관련 연구, 디자인업; 산업분석 및 연구 서비스업; 컴퓨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디자인 및 개발업 |
아무래도 실질적으로 웹툰을 다운로드 혹은 열람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 (제41류에 해당) 와는 동떨어져 있고, 이렇게 국제분류가 다른 경우 웹툰 서비스와 관련해 상표권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힘듭니다.
그렇다면 실수로 잘못 등록한거 아닌가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텐데, 사실은 그 이전에 제41류로 출원한 WebToons 라는 상표가 이미 거절된 바가 있기 때문에, 등록 가능성이 있는 유사 분류에 먼저 등록해 두고, 추후 이를 발판 삼아 제41류를 나중에 등록하려는 전략을 세우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참고로, 이러한 전략은 상표가 제품의 특성에 대해 suggestive 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웹툰처럼 제품을 종류에 대해 descriptive 한 경우에는 조금 무모한 시도라고 볼 수 있죠.
Descriptive 하면 등록이 안된다구요?
사실 한국 상표와 관련해서 매일경제 기자님들이 정확하게 짚어낸 부분인데요. WEBTOON 이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웹에서 보는 만화 장르를 칭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웹에서 보는 만화 서비스에 대한 상표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위에서 예로든 Fried Chicken 이 좋은 예죠.
이상이 첫번째로 예시해 드린 WEBTOON 미국 상표 등록이 거절된 이유이고, 네이버도 불복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심사관의 거절 사유를 살펴보면 미국의 각종 신문 매체에서 WEBTOON 이라는 단어가 사용 되고 있음을 지적했을 뿐 아니라 영국의 옥스포드와 dictionary.com 이 함께 운영하는 lexico.com 에 webtoon 이라는 단어가 등재되어 있음을 인용하고 있죠.
한번 단어가 사전에 등재되면 다시 사라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단순히 보편성을 인정받을 뿐 아니라, 이후 사람들이 공식적인 문서에도 꺼리낌없이 사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되어 사용이 더 확대되는 계기를 마련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앞으로 그 누구도 WEBTOON 상표를 관련 제품/서비스와 관련하여 등록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가 WEBTOON 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면…
네이버는 조금 억울하겠다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헌데, 브랜드 명이 일반적인 단어가 되어 버리는 일은 과거에는 꽤 흔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해열제로 알고 있는 “아스피린”은 사실 베이어라는 독일 제약회사의 브랜드였습니다.
이렇게 차별성을 잃고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말이 되어 버린 상표를 generic mark 라고 하는데요. 한번 generic mark 가 되어버리면 정말 되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입니다.
따라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업체들은 모두 상표의 generic화를 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크리넥스” 의 경우도 박스에 들은 티슈를 일반적으로 지칭하는 말이 될 뻔 했는데, 그 이후로 “크리넥스 각티슈” 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아예 크리넥스 브랜드를 일반 화장지나 기타 위생용품에 확대하여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위의 “크리넥스 각티슈” 와 같은 [브랜드명] + [상품명] 사용은 미국 시장에서는 거의 정석이 되었는데요. 네이버도 애초부터 Webtoon™ Online Comics 와 같은 문구를 사용했더라면 웹툰의 generic화를 막을 수 도 있었겠죠. 물론 웹툰이라는 말을 네이버에서 처음 사용했다는 가정하에 말입니다.
Disclaimer 는 어떨 때 사용 하나요?
네이버는 웹툰이라는 문구를 등록할 수는 없었지만 로고는 등록할 수 있었는데요. 로고에 포함된 웹툰이라는 문구에 대한 권리를 포기 (disclaim) 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제품의 특성이나 성격을 설명하는 말은 모두 포기해야 합니다. 물론 최초 출원 시 포기할 문구를 모두 명시하지 않았다고 출원 자체가 취소되거나 벌금이 부과되지는 않기 때문에, 기왕이면 없는 채로 출원했다가 심사관이 1차 거절할 때 disclaimer 에 승복하는 전략을 취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상표 등록의 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기고 싶다면 거절을 애초에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단 Office Action (거절통지문) 이 나오면 최소 몇 달간은 심사가 지연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사전에 있는 말이라고 모두 disclaim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apple 은 사과 쥬스 제품과 관련해서는 포기되어야 하겠지만, 컴퓨터 전자제품 관련해서는 Apple 하나만으로도 매우 훌륭한 상표의 역할을 하고 있죠.
등록된 상표가 네이버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로고와 다른데…
보시다시피 네이버는 웹툰 관련 여러가지 로고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위에서 알아본 상표 등록이 보호하는 것은 좌상단의 상표 뿐입니다.
나머지 이미지도 사실 색상을 제외하면 한가지 상표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총 2가지 로고 중 1가지가 등록되어 있는 상태인데요.
이와 관련 많은 분들이 상표를 등록하지 않으면 상표권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오해를 하시는데, 미국에서는 상표는 사용에 의해 권리가 발생하고, 등록은 등기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따라서 두줄로 된 웹툰 로고도 상표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을 뿐이죠.)
반면에, 상표 등록을 했을 때의 장점 중 하나는 이후 상표권을 행사할 때 자신이 상표를 소유하고 있다는 증명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죠. 미국의 관세청이나 기타 정부기관을 통한 단속을 고려했을 때도 아무래도 등록이 유리합니다.
그리고 매일경제 기사에 따르면 네이버에서는 “방어적인 목적”으로 상표를 등록했다고 하는데, 이도 상표 등록을 해야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후 제3자가 등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불필요한 상표 관련 분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상 네이버의 웹툰 상표와 관련해 알아봤습니다. 유익한 화제를 제공해주신 매일경제 이동인, 오대석 기자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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