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물지만 상표의 사용에 관련하여 발생하는 문제 가운데, 상표를 “상표로” 사용하지 않아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얼핏 듣자면 말이 이상한데요. 상표를 상표로 쓰지 않는 다면 어떻게 쓴다는 거죠?
상호와 상표의 차이
상표는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상품/서비스와 구분하기 위해 사용하는데, 사실 이러한 상표와 헷갈릴 수 있는 것이 상호입니다.
상호는 굳이 영어 표현을 빌리자면 Trade Name 이라고 하는데요. 개인 사업자의 경우 DBA (D/B/A) 처럼 임의의 이름을 비즈니스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때로는 법인이면서도 법인의 이름과 별도의 DBA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죠.
가상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손재주가 좋기로 소문난 김수한 (aka Super Handy Kim)씨가 캘리포니아 LA에서 핸디맨 일을 시작합니다. 워낙 꼼꼼하고 정직하게 일을 하다 보니 금방 입소문이 나서, 몇 달 지나지 않아 매일 매일 바쁜 하루를 보내게 되었죠.
아무래도 보조가 있으면 좀 더 수월하겠다고 생각한 김수한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Tom 에게 같이 다니면서 핸디맨 일을 배워볼 의향이 있냐고 물었고, 흔쾌히 승낙한 Tom 과 함께 몇 개월 같이 일합니다. Tom 도 꼼꼼히 일을 잘하고 배우는게 빨라서 곧 독립을 꿈꾸게 됩니다.
함께 일하는 재미를 느낀 김수한씨는 Tom 에게 동업을 제안하게 되고, 마음이 맞은 두사람은 함께 회사를 차리기 위해 평소 알고 지내던 변호사를 찾아갑니다.
변호사는 채무에 대한 연대 책임을 피하면서도 이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LLC나 LLP를 설립하는 것을 권장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채무나 금전적 손해가 아니라 공사 결과로 발생할 수 있는 인명 피해 등을 고려했을 때, 꼭 Liability Insurance (책임보험)을 가입해서 고객들을 보호할 것을 당부했죠.
두 사람은 Kim & Johnson, LLP (d/b/a K&J) 라는 회사를 차리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예약상담과 회계, 각종 비용 처리등을 담당하는 직원을 하나 고용하죠. 덕분에 수한씨와 Tom은 아무래도 핸디맨 업무에 충실할 수 있어서 두 사람은 시장 확장을 위해 지면광고를 계획 합니다.
여기서 Super Handy 가 바로 상표이고, Kim & Johnson 은 상호입니다. 상호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거나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주체, 즉 하나의 비즈니스를 지칭한다는 점에서 상표와 차이가 있습니다. 반면에 상표는 Super Handy 처럼 K&J 가 제공하는 핸디맨 서비스를 다른 핸디맨 서비스와 구분하는 역할을 합니다.
상호를 상표로 사용하는 경우
많은 경우에 상호를 상표로 사용하게 되고, Kim & Johnson 뿐 아니라 K&J 라는 DBA 이름을 상표로 등록하는데도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습니다. 헌데, 상호를 상표로 등록하시려면 반드시 먼저 상호를 상표로 사용하셔야 합니다.
물론 K&J 를 설립 후, 해당 법인 명의로 은행계좌를 연다던가, 물품을 주문한다던가, 배달지 주소나 발신인 주소에 상호를 기입하시게 되겠지만, 이러한 행위는 “상표 사용“에 해당하지는 않습니다.
반면에, 상표 등록을 위해서는 자신의 상호를 관련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 혹은 제공에 연관시켜야 합니다. 위의 지면 광고에는 Kim & Johnson LLP 라는 문구가 분명히 들어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표 사용”이라고는 볼 수 없는데요.
‘후견지명’이지만 상호를 상표로 이용하려면 애초에 법인 설립 시 Super Handy, LLP 처럼 기억하기 쉽고 핸디맨 서비스를 연상시키는 이름을 사용했더라면 좋았었겠죠? 반면에, K&J 를 상표로 사용하시려면 위 지면광고의 Super Handy 자리에 K&J가 들어가면 적절하겠죠.
앞으로 상호와 상표, 잘 구분하셔서 사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