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접근방식이라도 특별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한 일련의 절차 는 특허로 보호하는 것이 간단합니다.
예를 들자면, ‘물 속에서 금속과 비금속을 붙이는 화학접착제’, ‘전기적 자극을 이용해 특정 부위의 암세포만 죽이는 방법’, ‘미생물에 특수한 자극을 주어서 항산화물질을 생산하는 방법’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겠죠.
헌데, 어떠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일반적인 방법론을 보호하려면 조금 복잡해집니다.
유전자 조작 CRISPR 특허
예를 들어, 유전자조작 기술인 CRISPR 에 대한 특허의 권리 범위를 살펴 보면,
- A method of altering expression of at least one gene product comprising introducing into a eukaryotic cell containing and expressing a DNA molecule having a target sequence and encoding the gene product an engineered, non-naturally occurring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 (CRISPR)—CRISPR associated (Cas) (CRISPR-Cas) system comprising one or more vectors comprising:
- a) a first regulatory element operable in a eukaryotic cell operably linked to at least one nucleotide sequence encoding a CRISPR-Cas system guide RAN that hybridizes with the target sequence, and
- b) a second regulatory element operable in a eukaryotic cell operably linked to a nucleotide sequence encoding a Type-II Cas9 protein, wherein components (a) and (b) are located on same or different vectors of the system, whereby the guide RNA targets the target sequence and the Cas9 protein cleaves the DNA molecule, whereby expression of the at least one gene product is altered; and, wherein the Cas9 protein and the guide RNA do not naturally occur together.
밑줄 친 부분과 같이, 자연에 존재하지않는 염기서열(CRISPR)과 Type-II Cas9 단백질을 발현하는 염기서열을 인위적으로 동시에 포함시켜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허의 보호 범위와 그 한계 – IPfever 에서 알아 보았듯이, 이런 경우, Type-II Cas9 과 같은 기능을 하는 다른 단백질을 이용하면 특허 침해 회피 내지는 design around 할 수 있습니다. 즉, Type-II Cas9 을 대신할 만한 단백질만 찾아낼 수 있다면, 특허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없이 해당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미생물에 나타나는 반복적인 염기서열과 “DNA분자를 자를 수 있는 단백질”을 이용해 유전자조작을 하는 방법’ 자체에 특허를 걸면 될텐데, 왜 저렇게 허술하게 특허를 냈을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해당 기술의 특허권자인 하버드 외 몇몇 대학의 협력체에서는 이 기술과 관련해서 현재까지 총 31개의 특허를 등록했을 정도로 기술의 보호에 진심입니다.
왜, “DNA 분자를 자를 수 있는 단백질”을 클레임하지 않았을까요?
특허를 받을 수 있는 대상
일반적인 방법론에 특허를 걸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려면, 특허제도의 목적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합니다.
특허는 역설적으로 공익을 위해 존재합니다. 얼핏 생각하면 특허권자의 사사로운 이익, 즉 발명을 독점해 영리를 추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권리 같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 특허권자의 사익을 보호함으로써,
- 발명/개발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고,
- 이를 통해 사회에 도움이 될 연구/개발을 독려
하는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론에 특허를 부여하면 그러한 방법론을 이용한 모든 추가적인 기술이나 응용에 대한 개발이나 발전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폐해가 있습니다.
따라서, 특허법에서는 “특허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을 명료하게 규정하고 있고, 그러한 의도에 부합하기 위해 “특허를 받을 수 없는 대상” 또한 대법원 판례를 통해 정해져 있습니다.
그러한 “특허를 받을 수 없는 대상” 중에 대표적인 것이 자연적인 현상이나 규칙, 그리고 추상적인 아이디어 입니다. 다시 위의 CRISPR 의 예에 적용해 보면,
- CRISPR-Cas 시스템 = 특정한 염기서열이 염색체에 작용해 염기서열을 절단 = 자연적인 현상이나 규칙
- 또한, ‘CRISPR-Cas 시스템을 이용해 염기서열을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추상적인 아이디어입니다.
따라서, ‘이 시스템을 이용해 유방암을 유발하는 BRCA 유전자를 삭제하는 방법’ 에 대한 특허는 받을 수 있겠지만, 시스템 자체에 대한 특허는 결국 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특허가 됩니다.
하지만 조작대상을 BRCA 유전자에 한정시키면, 앞으로 다양한 학교, 기업, 연구소 등에서 CRISPR-Cas 시스템을 이용해 연구를 하게 될 때, 별다른 제약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러한 연유로 Type-II Cas9 을 특정했고, 이 단백질은 자연상태에서 CRISPR-Cas System Guide RNA 와 공존하지 않기 때문에, 특허를 받을 수 있는 새롭고 유용한 “세포”가 규정된 것입니다. 그 이후 비슷한 기능을 하는 단백질을 발견해 계속해서 출원하는 식으로 지속적으로 권리 범위를 넓혀 나가다 보면 사례처럼 31개의 특허를 받게 되는 것이죠.
얻어갈 점
산업전반이나 다른 연구에 영향을 줄만한 핵심기술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는 곳에서는 대부분 특허에 대한 대비가 연구 시작단계부터 잘 되어 있는 반면, 하나의 번뜩이는 아디이어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그렇지 않은 편입니다.
이런 경우, 아이디어를 가지고 특허전문가를 찾아가게 되고, 이 특허전문가와 스타트업의 이해관계는 꼭 일치하지 않고, 특히 비용적인 부분에서는 상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특허를 받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특허를 받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기본적으로 꼭 숙지하고, 이를 성취해나가기 위한 구체적 단계를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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