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이너 금액: 얼마가 적당할까?

변호사가 리테이너를 요구할 때는 먼저 착수금인지 선금인지를 분명히 하셔야 하는데요.

간단히 설명하자면 (1) 착수금은 환불이 되지 않는 일종의 계약금이라고 보시면 되고, (2) 선금은 앞으로 발생할 변호사 비용에 대해 미리 지불해 두고 발생할 때마다 차감해 나가는 balance를 의미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리테이너에 대한 글 참고 바랍니다.

이번 글에서는 적정한 리테이너의 금액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착수금은 어느정도가 적당할까요?

일반적으로 소송(특히 형사사건)을 진행할 때는 법원에서 정해주는 스케쥴에 따라 모든 일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한 변호사가 한번에 수임할 수 있는 건수에 한계가 있겠죠. 하나의 사건을 수임하면 다른 건들은 포기해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건을 포기하는 기회비용에 대한 대가로 착수금을 받기 때문에, 그 변호사의 지명도나 인기 등에 따라 착수금은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적정한 금액이 있다기 보다는, 그 금액을 지불해서라도 꼭 이 변호사를 내 변호사로 해야하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지불해야겠죠.

선금은 어떤 식으로 관리되나요?

선금은 말 그대로 미리 받는 금액이고, 아직 발생하지 않은 비용에 대한 정산이기 때문에 신탁 계좌에 수취하여 보관하게 되어 있습니다. 신탁 (escrow) 계좌는 말 그대로 고객의 돈을 대신하여 보관하는 계좌로, 변호사와 고객의 중간에서 은행이 대신하여 맡아둔 돈이라고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이 신탁 계좌에 선금을 넣어두고, 변호사 비용이 발생하면 정해진 인보이스 발행 주기(매주, 격주, 매월 등)마다 차감하게 되는데요. 이 차감이 발생하면, 그 금액만큼 다시 채워넣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인보이스 금액만큼 계속 지불하게 되겠죠.

따라서, 고객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보증금(deposit)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적정한 선금의 금액은?

통상적으로 선금은 1–2개월 동안 발생할 변호사 비용을 예상하여 책정하는데요. 선금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미납을 방지하기 위해서기 때문에, 인보이스 발행 주기와 결제 기한도 금액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업 고객의 경우 결제 프로세스 탓에 60일의 결제 기한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매월 인보이스를 발행한다고 가정하면, 약 3개월 정도의 선금이 적절하다고 볼 수 있겠죠. 기본적으로 신탁계좌의 선금 밸런스만 계속해서 0 이상으로 유지된다면 문제가 없겠죠.

리테이너 금액을 협상 (낮추도록 요청) 할 수 있는지?

선금은 앞에서도 설명드렸듯이, 신탁계좌에 보관되는, 아직까지 지불되지 않은 금액입니다. 따라서, 변호사 입장에서는 정말로 이 고객이 변호사 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는 수단이 되고, 고객이 이를 낮추려고 할 경우 지불 능력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 있겠죠.

따라서, 고객 입장에서는 선금에 대한 부담이나 난처함을 표현하는게 조금 어려울 수도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테이너에 대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약 45만불 정도의 미납금을 거래 업체로부터 받아내기 위해 변호사를 고용하는데, 변호사가 5만불의 선금을 요구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렇다면 길게 잡아도 3개월 안에 5만불이 변호사 비용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상대방이 소송의 위협에 굴복하여 소송 없이 30만불 정도로 합의한다는 최상의 경우에도 25만불을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참고로 최악의 상황은 한푼도 회수 못하고 변호사 비용만 발생하는 적자 상태라는 점을 고려하면, 5만불은 다소 과도한 투자라고 볼 수 있겠죠.

이런 경우에는 애초에 변호사를 고용해야 할지 여부를 재고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렇게 선금의 액수는 앞으로 부담해야할 비용에 대한 잣대가 될 수 있으니, 이런 관점에서 담당 변호사와 상의해 보면 가장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에서 언급했듯이 인보이스 발행 주기와 결제 기한이 선금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만약 선금 지급이 어떤 특별한 이유로 부담이 된다면, 선금 액수를 줄이는 대신 인보이스 발행 주기와 결제 기한을 최소화 하는 방안을 제안해 보시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합니다.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 미국 로스쿨 진학 가이드

    아래 글은 제 네이버 블로그 유학, 유학에서 이민까지 (미국)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에 2016년에 작성한 글을 그대로 옮겨 왔습니다. US Law School 미국 로스쿨은 주로 JD 와 LLM 두가지 학위를 수여합니다.  1. Juris Doctor: the Degree of Law JD는 그 이름에 걸맞게 박사 수준의 학위이나, 일반적으로 말하는 박사(PhD)와는 구분되는 전문학위(Professional Degree) 입니다. 기타 전문학위로…

  • 미국 로스쿨 졸업 후 진로

    아래 글은 제 네이버 블로그 유학, 유학에서 이민까지 (미국)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에 2016에 작성한 글을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미국에서는 2010년 이후로 로스쿨(JD 학위)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입니다. 2008년 리만브라더스 사태의 여파로, 미국 법률 시장에서 한국 대기업 정도의 아성을 가진 대형 로펌이 파산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고, 당시 대부분의 로스쿨 졸업생이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졸업생이 모교를…

  • 미국 변리사 시험 후기

    아래 글은 제 네이버 블로그에서 옮겨왔습니다. My Eligibility Timeline 2007.02 BS 2012.05 JD 2015.11 NCEES FE (EIT) Pass 2016.05 USPTO Registration Exam (Patent Bar) Pass US Patent Attorney 가 되기 위한 요건 1. USPTO Registration Examination (패튼바 혹은 특허청 등록시험) 통과 (a) 응시자격 – 시민권/영주권 이상 필요 (예외: 해외 변리사 자격 소지자가 미국에서 근무하고 있을 경우) – 과학이나 공학적 지식/기술 필요 (학위나 이수 학점 등의 방법으로…

  • 리테이너 금액: 얼마가 적당할까?

    변호사가 리테이너를 요구할 때는 먼저 착수금인지 선금인지를 분명히 하셔야 하는데요. 간단히 설명하자면 (1) 착수금은 환불이 되지 않는 일종의 계약금이라고 보시면 되고, (2) 선금은 앞으로 발생할 변호사 비용에 대해 미리 지불해 두고 발생할 때마다 차감해 나가는 balance를 의미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리테이너에 대한 글 참고 바랍니다. 이번 글에서는 적정한 리테이너의 금액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착수금은 어느정도가…

  • 아마존 셀러: 블랙 햇에 대한 법적 대응

    블랙 햇(black hat)은 악의적인 목적으로 컴퓨터 시스템에 조작하거나 활용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아마존은 특히 셀러들이 아마존 셀러 센트럴 (Amazon Seller Central) 이라는 자동화된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리스팅부터 판매, 배송의 모든 단계를 직접 관리하도록 되어 있어서 일부 판매자의 블랙 햇 활동이 큰 문제가 되고 있죠. 널리 알려진 블랙 햇 기법 허위 신고 가장 원초적인 방법으로 경쟁업체의 리스팅에…

  • 미국에서 웹툰(Webtoon) 이름 쓸 수 있는 이유

    네이버가 미국에 “웹툰”이라는 명칭을 상표 등록 했다는 매일경제의 기사가 있었는데, 미국에서는 WEBTOON 이라는 명칭 자체를 쓰지 못한다는 부분은 잘못된 내용입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미국도 한국과 똑같이 일반적인 명칭은 상표로 등록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Fried Chicken” 이라는 상표를 하나의 치킨 업체가 등록해 버리면, 나머지 치킨 가게들은 공정한 시장 경쟁을 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도대체 네이버는…

  • 미국 상표, 어떨때 혼자 DIY 해야할까?

    미국 상표 등록은 본인이 직접 혹은 미국 변호사를 통해 진행 가능합니다. 본인이 미국에 거주하고 있지 않다면, 반드시 미국 변호사를 통하도록 되어 있지만 불과 몇 년되지 않은 다소 국수주의적 규정이죠. 상표 등록을 본인이 직접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미국 상표법의 “사용 주의” 때문으로, 실제 상표권은 “사용”에 의해서 발생하고, 상표 등록은 부동산 등기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본인이…

  • AWS Lightsail: 아마존의 DIY 호스팅

    아마존 웹서비스(AWS)에서 빝나미(Bitnami)를 통해 제공하는 라잍세일(Lightsail)은 전문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손쉽게 워드프레스(WordPress) 웹사이트를 AWS의 EC2 클라우드 가상서버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사실 출시는 2016년에 되었다고 하지만, GoDaddy 나 HostGator, BlueHost, SiteGround 등의 다양한 기존 서비스가 있기에 크게 알려져 있다고 보기는 힘든 상태죠.

  • 전문 변호사 찾기

    무슨 무슨 전문이라고 말하는 미국 변호사들이 많지만, 실제로 미국의 로스쿨에는 전문 학위 과정이 없고, 단 하나의 “법학박사” 혹은 “JD” 라는 학위만 있습니다. 물론 LLM 이라는 추가적인 학위 과정이 각 분야별로 있지만, 이는 전문성보다는 학술적인 성격이 강한 과정이므로 고객 입장에서는 큰 의미가 없죠. 그렇다면 어떻게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찾을 수 있을까요?

  • 미국 상표권의 기본개념

    요즘 아마존에서 창업하시는 분들은 아무리 소규모로 시작하시더라도 상표권에 관심이 많으십니다. 아마존 브랜드 레지스트리 덕분이죠. 헌데, 특히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해 본 경험이 없으신 분들은 상표권과 친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어떻게 보면 “상식”이라 할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상표권의 개념을 소개해 드립니다. 적어도 소제목이라도 훑어 보시고, 생소한 부분이 있다면 자세히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