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학 – 생업 vs 학문

저는 한국에서 ’07년 학부 졸업, 미국에서 로스쿨 유학 후 아틀란타에 정착한 12년차 변호사입니다.

유학이나 이민 관련한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개인의 경험이나 의견을 토대로 한 사례담이 많기 때문에, 더 최근의 경험, 그리고 부정적인 경험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향이 보입니다.

특히, 처음부터 하나의 진로(예: 의사, 변호사 등)에 치중해 있는 경우, 해당 진로에 관심이 있거나 이미 해당 진로를 선택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게 되는 문제도 있습니다.

생업형 진로 선택의 중요성

상대적으로 외국인에게 개방적인 학문/연구 분야(학문형 진로)와, 외국 인력에 배타적인 일반적인 고용시장(생업형 진로)은 다를 수 있습니다.

박사 학위 또는 그 이상까지 생각하는 것(학문형)이 아니라면 아무래도 이민자라는 특성을 감안해서 미국 고용시장의 흐름을 읽어야 생업형 미국 유학이 가능할 듯 해 몇글자 적어봅니다.

전문직 수요

생업형으로 유망한 것은 아무래도 전문직이라고 생각하실 텐데, 전문직의 경우 각 주별로 자격증을 발급하는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높은 사회적 지위와 보수 때문에 경쟁이 치열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역/언어/문화적인 장벽이 높은 편입니다.

따라서, 해당 전문직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아니라면, 같은 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가 많은 직종을 선택하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이민오신 분 들 뿐 아니라 교민들도 소아과, 산부인과 등의 특수분야 의사나 공인중개사, 회계사 등을 찾아갈 때는 한국 정서를 잘 이해하는 한인 전문가를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아이를 키울 때나, 집을 살 때, 그리고 다양한 경제적인 결정을 할 때 한국적 정서나 문화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영어를 못해서 어쩔수 없지 하는 심정으로 찾아가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특별히 한인 전문가가 선호되지 않는 분야의) 의사나 변호사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만큼, 서비스 만족도가 낮은 편입니다.

점차 이민 1세대가 줄어들고,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말이 통한다는 단순한 이유가 아니라, 산부인과나 소아과 처럼 한국적 정서나 문화적 이해라는 추가적인 부가가치가 있는 편이 좋겠죠.

이민 비자

한국에서 태어난 순수한 한국인이 미국에서 취업해 정착하는 길은 크게 2가지 입니다. 하나는 신분을 먼저 취득하고 직장을 구하는 것, 다른 하나는 직장의 도움을 받아 신분을 취득하는 방법입니다.

신분을 먼저 취득하는 방법은 가장 흔하게 가족 이민비자가 있겠죠. 가까운 가족이 미국에 살거나 미국 신분을 가진 사람과 결혼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는 마음 먹기에 따라 충분한 시간만 있으면 신분을 취득할 수 있으므로, 오히려 취업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했다가 후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직장의 도움을 받아 신분을 취득하는 방법은 이미 직장을 구한 뒤에 이민을 결정하니 더 안정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미국내 인력 수급이 어려운 직종이나 직무에 한해 비자 발급이 가능하다 보니, 남들이 기피하는 직종인 경우가 많고, 특수한 직무이기 때문에 이후 수평이동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유학 후, 공부한 분야와 상관 없는 직종에서 미국 영주권 취득을 담보로 불합리한 조건으로 일하다가 신분을 취득한 후에야 진짜 경력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미국에 첫발을 디디기 전

먼 미래, 즉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살아갈지를 미리 생각해 보지 않으면, 미국에 이주를 하더라도, 좋은 점이 있는 만큼 단점도 있다는 사실만 깨닫게 되기 쉽상입니다.

많은 분들이 미국행을 결정할 때, 가족이나 친척의 권유 또는 이미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온/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정보를 얻거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유학원을 통해 중대한 결정을 하게 됩니다.

위와 같은 정보는 자칫 편향적, 이율배반적일 수 있으므로, 생업형 vs. 학문형 이라는 시작점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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