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변호사 이모저모 – 2. 어학연수

저는 대학 재학 중 부모님의 해외전근 소식을 접했고, 군 복무 마치고 복학해서 졸업까지 하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처음 부모님 해외 전근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어느정도 미국 로스쿨 유학이라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대학 재학 중에 토익이나 토플 학원도 다녔습니다.

영어 공부

돌이켜 보면 내내 영어 실력을 키워야지 하는 생각을 머릿속에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전공서적도 원문으로 읽기를 고집했고, 매번 단어를 찾아 볼때는 발음도 익히려고 하는 등 나름 열심히 했던 것 같고 덕분에 어느 정도 성과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어학연수 과정을 선택하는 과정에서는 별 생각 없이 유학원을 통해 미국 주립대학 어학연수 (ESL) 프로그램에 등록, F1 비자를 받고 미국에 왔습니다.

돌이켜 보면, 유학원이라는 편한 길을 선택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Auburn University 의 ESL 프로그램을 한 학기 다니게 되었는데, 전체 학생의 1/3 에 달했던 한국 학생 및 그 밖의 비영어권 학생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솔직히 영어 습득면에 있어서 한국에서 학원 다니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느꼈습니다.

반면에 평일에는 매일 오전과 오후 계속 수업을 들어야 했기 때문에, 오히려 가서 어학연수는 구실이고 미국 친구를 사귀고, 미국 생활을 경험하기를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속박이 될 수 있을 듯 싶네요.

주니어 칼리지

조금 알아보니 약 30-40분 거리, 저희 집에서는 오히려 더 가까운 거리에 주니어 칼리지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2년제 대학은 전문대라고 해서 주로 직업 학교로 생각했는데, 미국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특히 Auburn University 학생들) 학비를 절약하기 위해 주니어 칼리지에서 교양학점을 이수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학사를 취득했기에 post baccalaureate 전형으로 주니어 칼리지에 쉽게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4년제 대학교를 이미 졸업한 사람이 대학원이나 전문학위 과정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특정 과목을 이수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마도 그런 경우를 위해 마련된 전형인 듯 합니다. 아무튼 대학 졸업증명 (미국에서는 보통 transcript (성적표)를 제출하게 됩니다) 후, 간단히 입학할 수 있었고, 원래 가지고 있던 F1 비자를 이전(SEVIS transfer)해 유지했습니다.

영어로 공부

SAT나 ACT 같은 대학입학 시험 점수가 필요하지 않는 대신, 입학 후COMPASS 라는 시험을 봐서 수강할 수 있는 과목(특히 영어, 수학)에 제한을 두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저도 모른채로 가서 당일 응시했고, 성적이 나쁘지 않아서 그 성적으로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특별한 기억은 나지 않네요.

주니어 칼리지의 장점 중 하나로 매 학기 12학점만 채우면 수강 과목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따라서 수강신청만 잘하면 일주일에 하루 이틀만 학교에 가도 된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F1 신분으로 학교 밖에서 일을 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꼭 수업을 들어야 영어가 느는 것은 아니기에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자원봉사 등 다양한 체험을 하는 것도 가능하겠죠.

수업 중에도 아무래도 현지인들과 같은 입장에서 토론에도 참여하고 과제 등을 수행하니 영어에 자신도 생겼고, 몇몇 친한 친구들도 생겼습니다. 사실 이때의 경험이 토대가 되서, 이후 로스쿨 진학 후에도 미국인 친구들과만 어울리게 되었고, 덕분에 약 5-6년 간 한국말을 쓸 기회가 거의 없을 정도였으니 당연히 영어가 부쩍부쩍 늘 수 밖에 없었죠.

영어를 공부할게 아니라 영어로 공부해야 하는 이유

이런 경험을 통해 느낀바는 (1) “언어의 습득”을 위한 영어 수업은 한국 중고등학교 수준에서 끝이 나야 한다는 겁니다. 그 이후에는 (2) 실제로 영어라는 언어를 이용해서 새로운 지식을 얻고, 대화를 나누고, 글을 쓰는 “언어의 활용” 실력을 키워야 실질적인 언어 능력이 는다고 봅니다. 흔히들 말하는 죽은 영어, 살아 있는 영어의 차이인데 이런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애초부터 주니어 칼리지를 통해 유학비자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고, 비용도 많이 절약할 수 있었겠죠.

물론 비자, 계획이나 실행에 있어서 맨땅에 헤딩하는 어려움은 있겠지만 요즘은 온라인으로 정보를 많이 입수할 수 있어서 결코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 3개월 이하의 단기 어학연수라면 오히려 차라리 그 돈으로 미국에 관광 목적으로 입국해서 낮에는 관광, 하이킹, 자원봉사 같이 의미있는 일을 하고, 밤에 온라인으로 영어 수업을 듣는게 낫지 않나 싶은 생각입니다. 밤에 외운 단어나 표현을 낮에 활용하는 식으로 말이죠.

살아 있는 영어?

저는 미국에 와서 약 3-4년 간은 검색엔진도 구글만 사용하고, 한국 티비도 보지 않았고, 한국 사람들과도 매우 제한적인 교류를 했습니다. 쉽게 말해 독하게 영어 공부한 것인데, 덕분에 주변에서 “너는 영어에 소질이 있어” 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저는 실제로 소질의 차이, 제 식대로 풀자면 “영어에 대한 접근방식”에서 차이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남들처럼 단어도 외우고 토익/토플 공부도 했지만, 저는 무엇보다 말하고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듣기보다는 말하기, 읽기 보다는 쓰기입니다. 말하거나 쓰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고, 그것이 영어로 이루어진다면 그야말로 “살아 있는 영어” 아닐까요.

한국 사람이 영어 못하는 이유

영어는 한국말과 소리를 내는 방식이 너무 달라, 귀로는 들려도 머리로는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가지 소개하고 넘어가자면, “가장” 할때의 “가” 소리와 “자장가” 할때의 “가”소리에는 차이가 있는데, 한국말에서는 첫음절에 ‘ㄱ’ 이나 ‘ㅂ’ 처럼 울림을 이용하는 소리가 나오면 완전히 울리지 않고 살짝 바람이 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한국분들이 특히 b나 g 소리로 시작하는 단어를 말할때 소리가 울리지 않고 터져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저도 항상 제 전공인 bioengineering 을 언급하면 잘 못알아 듣거나 pio-engineering 이 뭐냐고 묻는 경우가 있어서 왜 인가 생각해 보니, 제가 bio 할때 소리가 살짝 터져서 pio 로 들리기 때문이더군요. 첫 소리에서만 문제가 되기에, 이유를 깨닫기도 어렵고, 고치기도 쉽지 않은 발음상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걸 제가 어디서 배워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는데, 말을 효과적으로 정확히 전달하는데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껴져서 생각날 때 마다 “고전영어” 라는 블로그에 올리고 있으니 관심이 있으시면 찾아가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미국 유학 이모저모 – 3. 로스쿨 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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