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변호사 이모저모 – 3. 로스쿨

로스쿨 입학

저는 로스쿨 진학에 2년을 꼬박 썼는데, 덕분에 실제로 주니어 칼리지 학위(Associate of Science)를 받는 웃픈 경험을 했습니다. 학사(Bachelor’s degree)를 이미 취득한 상태라 사실 무의미한 학위죠.

반성해 보자면 목표를 조금 너무 높게 잡지 않았나 싶습니다. 게다가 그러한 목표를 위해 제대로 달렸다면 미국 로스쿨 입학시험(LSAT) 만을 목적으로 공부했어야 했겠죠. 그랬다면 아무래도 더 짧은 시간안에 더 좋은 성과를 얻었을테니깐요.

하지만 저는 아무래도 영어를 자신있게 말하고 싶었고, 그리고 제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헌데 그랬다면 입학시험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제 성적으로 갈 수 있는 곳을 갔어야 했는데 또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참고로, LSAT에도 쓰기 영역이 있지만 채점하지 않습니다.

LSAT 시험

총 3번 응시했는데, 첫해에 160점 둘째해에 158, 162 정도로 결국 2년 동안 공부해서 평균은 그대로인 어찌보면 최악의 결과를 얻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까지 나쁜 성적은 아니여서 100위권 대학은 충분히 갈 수 있었고, 당시 기준으로 60위권 로스쿨에 입학했습니다.

시험에 대해 짧은 후기를 남기자면, 외국인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독해 영역에서 고득점을 위해서는 문제의 지문을 전부 꼼꼼히 읽는 것이 아니라 딱 문제를 맞출 수 있을만큼의 정확도로 빠르게 읽어나가야 하지 싶습니다. 저는 지금도 언제나 마치 proofreading 하듯이 정독하는 습관이 있는데, 좀 더 빠르게 읽으면 사소한 문법, 철자 실수는 눈에 안 띄지만 내용에 대한 이해 수준은 사실 거의 비슷하더군요.

물론 출제자가 일부러 함정을 만들어두면 꼼꼼히 읽지 못해 미스하는 부분도 생기겠지만, 만점이 목표가 아니라면 독해 영역은 다풀어서 90% 맞추면 충분한 고득점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로스쿨 랭킹

미국에서도 로스쿨 랭킹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만, 한국 대학입시에서 따지는 순위와는 조금 다른 의미인듯 합니다. 미국 로스쿨과 같은 경우에는 20위 이내의 대학과 아닌 대학에 큰 차이가 있고, 다시 100위 이내의 대학과 아닌 대학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20위권은 미국 전역에서 알아주는 대학, 그 이후로 100위권은 학교가 위치한 주 혹은 해당 지역에서 알아주는 대학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참고로, 취업률로 따지면 20위권은 90% 이상 나오고, 100위권은 60-70% 정도입니다.

졸업 후 바로 다른 주나 지역으로 이동해 취직할 생각이 아니라면, 굳이 순위 몇계단 차이에 연연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봅니다. 실제로 저희 로스쿨의 경우에는 입학 때와 졸업 때 순위 등락폭이 거의 20 정도 였고, 그럴 줄 알았으면 조금 전국 순위는 떨어져도 살고 있던 주에서는 더 평판이 나은, 쉽게 말해 일리노이 4위 (전국 60위) 보다 조지아 3위 (전국 70위)를 택할 걸 하는 후회도 했습니다.

미국에서 대학 지원은 자기가 앞으로 살고 싶거나 연고가 있는 지역, 원하는 분야에서의 평판, 졸업 후 진로 등을 고려해서 복합적으로 해야지 단순히 US News 순위만 의존해서 결정하는 것은 아닌듯 합니다. 물론 공부만 하고 한국 귀국이 확실하다면 한국에서의 평판, 인지도도 고려해야겠죠.

학업에 필요한 영어능력

로스쿨에 진학 후, 일단 학우들이 높은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고, 수업 내용도 어렵다보니, 그동안 생각했던 “영어를 잘한다”라는 개념은 그냥 발음이 좋고,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수준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즉, 원어민 같은 생활 영어죠.

사실 미국에서 석박사과정부터 시작하시는 분들은 이 부분은 건너 뛰고, 수준 높은 영어를 구사하지만 외국어 억양이 너무 강해 실제 생활에서는 의사소통이 그다지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요. 이때 말하는 영어의 수준은 어휘 수준과 표현의 정확성, 적절성, 논리성 등을 말하고, 다르게 표현하면 듣거나 읽는 사람 입장에서 잘 정돈되고 이해가 쉬운 말이나 글 입니다.

솔직히 그렇게까지는 원하지도 않는다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 차이는 단순히 좀 유식해 보이는 선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쉽게 이해할 만한 예를 들어드리자면, 제가 LSAT (로스쿨 입학시험) 에서 거둔 160점 이란 점수는 백분율으로 80%, 다시 말해 100명 중 20등 (상위 20%)에 해당하는 점수입니다. 헌데 제가 로스쿨에서 영어를 갈고 닦은 뒤, 여러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3주 정도 준비해서 본 GMAT (비지니스 스쿨 입학시험) 은 760점 (99%, 상위 1%) 이였습니다.

제가 LSAT을 볼 때에도 (생활) 영어에 어느정도 자신이 있었고, 토플 점수도 107점 [토플 점수는 백분율을 기준으로 내는 점수는 아니지만 대충 90% 초반 (상위 10% 이내)인 듯 합니다]였으니, 영어의 수준이 높은 것이 학부나 대학원 과정의 이수 혹은 입학시험에도 크게 좌우할 것을 조심스레 짐작해 봅니다.

다음 미국 유학 이모저모 – 4. 취업 편으로 이어집니다.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 구글(Google) vs. 우버(Uber) 소송으로 알아보는 지적재산권의 중요성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무인자동차(자율 주행 자동차) 개발 경쟁이 치열합니다. 미국의 GM과 포드를 비롯해 독일의 다임러, BMW, VW 그룹, 그 밖에도 일본의 도요타, 한국의 현대 자동차 그룹 등 세계 각국의 자동차 회사들이 경쟁 중이고, 이와 함께 실리콘밸리에서도 자동차의 자율 주행을 위한 많은 기술적인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죠. 그 탓에 최근 실리콘 밸리에서 무인자동차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 기업의 지적재산권

    영업 경쟁력부터 생활형 발명까지 영업 기밀 부터 상표권, 특허까지 영업과 관련된 지적재산권은 광범위하게 보호됩니다. 고객 정보의 유출을 염려하시나요? 사업 기밀을 타인이 유용할 경우 법적 조치가 가능하듯이, 핵심 기술이나 독특한 제조방식 등을 사전에 특허 출원을 통해서 보호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간단하면서도 기발한 생활형 개인 발명도 보호가 가능합니다. 핵심 지재권: 특허 및 상표 자유 시장 경제라고 해서,…

  • 상표란?

    상표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붙이는 이름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예를 들어, IPfever 같은 경우 IPfever.com 에서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와 컨텐츠에 붙인 이름이죠. 만약에 법대 교수님 한 분이 지재권(IP)에 관련된 블로그를 시작하시면서 IPfever라 이름 붙인다면 상표권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합니다. 반면에, 만약 한 의학연구팀에서 “정보산업에 종사하는 전문인” (Information Professional) 사이에 많이 발생하는 병을 진단하여 IP fever라고 이름 붙였다면, 이러한 명명이나…

  • 미국 상표 등록하실 때 주의점

    상표는 미특허청의 TEAS Plus Application 을 이용하면 최저 $250* 만으로 직접 등록 신청이 가능합니다. 서류 작성도 간단한 편이고 정부 비용도 적다 보니, 그냥 부담 없이 직접 한번 해보자 하는 경우가 많죠. 헌데, 서류작성이 쉬운 점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세금 보고서 같은 경우는 정부에서 가급적이면 많은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만들어낸…

  • 미국 변호사 전영식

    특허와 상표를 전문으로 하는 전영식 변호사는 현재 아틀란타 조지아 지역 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 텍사스, 일리노이 등 각지의 중소기업, 발명가, 연구실 등을 위해 특허 및 상표 출원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07년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를 졸업하고 시카고-켄트 로스쿨에서 법학박사(JD)를 취득, 미국 알라바마 및 일리노이 지방법원, 미국 AMLAW 선정 100대 로펌 중 하나인 K&L Gates, 애플과 삼성 등의 협력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