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변호사 이모저모 – 1. 유학 결정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시작한 미국 생활이 10년이 훌쩍 넘었네요.

  • 2007-09 어학연수 ESL & AS
  • 2009-12 로스쿨 JD
  • 2013-15 한국기업 사내변호사
  • 2016-23 개업 변호사

미국에 자리잡고 살게 될 때까지 나름 우여곡절이 있었는데요.

학업을 시작하기 전 부터, 진로를 결정하고 이민을 결심하기 까지 제 경험과 느낀점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미국 유학의 계기

저는 아버지가 미국으로 발령이 나셨을 때 대학 3년 재학 중이었고, 해외 생활을 경험해 볼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헌데 남자는 군대에 다녀오지 않으면 해외체류에 불편함이 있다는 말을 듣고 바로 군입대를 결정 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현역 외에 큰 고민을 안 해봐서 그냥 당연한 일처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한살 빠르게 학교에 들어갔기 때문에 당시 만 21살로서 부모님과 동반이민이 가능한 나이였죠. 그때 제대로 된 이민법 전문 변호사와 상담했다면 영주권, 시민권 취득으로 병역을 피해 바로 미국으로 이주하는 선택지도 있었을 듯 합니다.

물론 그 당시에 선택이 주어졌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군 생활이 이후 삶과 가치관에 큰 영향을 주었고, 군대에 안 다녀온 제 자신은 조금 다른 사람일 듯해서 지금 다시 선택한다면 또 군대에 가는 쪽을 택할 듯 합니다.

조금 미련이 남는 부분은 “21세 초과 미혼 자녀”는 영주권 순위에서 많이 밀리기 때문에 제가 학업을 마치는 시점까지 신분을 취득하지 못했다는 점 입니다. 아무래도 신분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에 취업 기회의 폭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제가 대체불가한 인재였다면 아무 문제 없었겠지만 말이죠.

지금 생각해보면 “적성”이나 “꿈”도 중요하지만, “고용 시장”, “경제 흐름”, “이민 동향” 등 진로 결정 시 고려할 점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적어도 한국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로스쿨을 졸업한 분을 단 1명이라도 찾아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면 어땠을까 하고 후회를 많이 합니다. 물론 그 당시의 저는 그런 생각을 할 수도, 했어도 실천으로 옮길 용기나 능력도 없었을 테지만 말이죠. 어쨌든 그때 제가 꾸었던 “미국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꿈은 지금 생각해보면 “이층집에서 살고 싶다”는 꿈 만큼이나 막연한 이야기였던 겉 같습니다.

미국 취업

취업 이야기를 좀 하자면, 산업 동향이나 사회적 필요, 직종 간의 차이도 생각해야 하지만 거시 경제의 흐름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때를 잘 못 만나면 아무리 유망한 직군이라도 취업이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꼬집자면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미국 생활 및 취업에 대해 아주 잘 풀린 케이스를 선별적으로 듣게 되는 경우가 많고, 실제 미국 고용주 입장에서는 동등한 능력을 가진 내국인 인재를 찾지 못했다는 증명을 정부에 제출해야만 국외인을 고용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히 구인난이 있는 분야가 아니라면 신분 없이 취업은 쉽지 않습니다.

제가 이런 부분을 잘 알아봤다면 로스쿨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듯 합니다. 한국에도 로스쿨 제도가 생겼기에 어느정도 체감이 가능하겠지만 미국의 변호사는 결코 자격증만 있으면 직장과 보수가 보장되는 그런 직종이 결코 아닙니다. 미국 영화에서 가끔 등장하는 변호사 광고 빌보드나 티비광고는 얼마나 경쟁이 치열한지 보여주는 한 단편입니다. 제가 로스쿨을 선택할 때만 해도 직업에 대한 사회적 평판이나 막연한 동경 등이 큰 작용을 했기에, 그 당시 제 가치관으로 볼 때도 상당히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로스쿨에서 배우고 익힌 것들이 지금의 저라는 사람을 만들었기에 로스쿨에 투자한 시간과 경험이 헛되지는 않았지만, “참 생각 없이 결정을 했구나” 하는 자조는 가끔 합니다. 한국에서 미국 유학을 꿈꾸시는 분이라면 특히 성공 사례에 편향된 정보와 영어라는 언어에 대한 사회적 요구 등에 의해 생성된 막연한 동경이나 기대감에 의해 조금 성급한 결정을 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나본 사람들 중에는 대학 졸업 후 돈도 벌어보고, 진로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해보신 분들이 미국 유학에 대해서도 좋은 결정을 하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어학연수는 진로결정과 무관할 수도 있고,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수단일 수도 있기에 조금 다를 수 있겠죠.

“미국 유학 이모저모 – 2. 어학연수”에서 계속 됩니다.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 상표 등록/출원 – 주소 변경

    이제는 100% 전산화되었지만 상표 등록부는 여전히 등기부의 역할을 하는 공문서입니다. 따라서, 임의로 주소를 변경할 수는 없고, 주소 변경을 신청하는 양식을 작성 후 제출해야 합니다. 먼저, 주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조금 알아 보겠습니다. 상표 출원/등록에는 아래와 같은 주소가 기입되는데요. 주소 변경 신청서 양식 상표 등록과 관련된 모든 양식은 이곳에서 찾으실 수 있습니다. 물론 MyUSPTO 에 로그인하셔서…

  • 리테이너가 뭐죠?

    많은 미국 변호사들이 리테이너 (Retainer)를 요구하는데, 이 리테이너라는 말은 때에 따라서 위임/수임계약 (engagement letter, retainer agreement) 을 의미하기도 하기도 하지만 수임료와 관련되어 있기도 합니다. 수임료와 관련, 리테이너는 2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착수금 (Availability Retainer) 먼저, 착수금이란 말 그대로 일을 시작하는 대가로 받는 돈인데, 주로 하나의 일을 착수하면 다른 일을 맡기 어려울 때, 그 기회비용을 보상하는…

  • 아마존 IP Accelerator 프로그램

    아마존 브랜드 레지스트리 등록을 위해서는 USPTO 에 상표를 등록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출원 후 최소 6-9개월이 걸리는 터라 새로운 브랜드를 시작하는 경우 상당한 지연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 아마존에서는 이를 해결코자 IP Accelerator Program (the IPAP)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등록된 로펌들이 IPAP에서 정한 최대 고정 수임료를 수수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러한 고정 수임료와 IPfever의 수임료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여러 사례…

  • 미국 상표 소유 자격

    상표는 법인이나 개인 구분 없이 누구나 소유할 수 있습니다. 미국법상 소송을 제기하거나 제소 될 수 있는 사람이나 단체, 업체 등은 모두 상표권을 소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상표를 소유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또 상표를 소유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상표를 “소유”한다는게 무슨 뜻이죠? 시장에서 판매되는 물건이나 서비스에 특정 이름이나 로고, 이미지, 색상 등(“상표”)을 물리적으로 부착하거나 광고나 각종…

  • 유사 상표: 베이비몬스터스(케이팝) vs. 베이비몬스터즈 (유모차)?

    한국의 3대 연예기획사로 꼽히는 YG 엔터테인먼트, 요즘 여러가지 잇따르는 추문에 뒤얽혀 그 위상이 예전 같지는 않죠. 하지만 빅뱅이나 블랙핑크 등의 케이팝 대표 그룹들이 소속된 YG는 아직도 케이팝을 대표하는 기획사입니다. 최근 YG에서 “베이비몬스터스”라는 이름을 상표로 출원하면서, 많은 케이팝 팬들이 새로운 그룹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고 하네요. 한국 특허정보원의 “특허정보넷“을 이용하면, 한국에 출원/ 등록된 상표에 대한 정보를 무료로…

  • Specimen (or AOU after ITU; 사용증명) 이 뭔가요?

    미국 상표 등록 시 Specimen 을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데, 이 Specimen 을 한국말로 설명할 때는 저는 “사용증빙” 혹은 “사용 예” 라고 부르고, 이 절차를 사용증명 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이 스페시먼이 말그대로 상표를 사용하고 있다는 증명을 하기 위해 사용되기 때문인데요. 미국 상표법은 “사용주의“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사용하고 있지도 않은 상표를 (1) 단순히 미리 선점하거나 (2)…

  • 화장품 용기 디자인 보호하기

    화장품 용기에도 권리가 있다구요? Glossier (글로시에) 라는 화장품 브랜드를 디지털 브랜드의 예로 소개드린 바가 있는데요. 디지털 브랜드라는게 결국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인데, 대표적인 디지털 브랜드 글로시에에서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임시 매장)를 개장하는 이유가 뭘까요? 팝업 스토어는 예전에 백화점 입구나 통로에 위치 했던 임시 판매대(혹은 가판)와는 달리, 정규 매장 못지 않은 디스플레이와 서비스를 갖춘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많은…

  • 변호사 찾기 & 비용 절약하기 TIP

    많은 한국계 이민자들에게 “변호사를 산다”라는 개념은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상대방에게 얕보이지 않기 위해 혹은 소송으로 상대방을 압박하기 위한 하나의 위협 수단입니다. 그만큼 변호사와 함께 일해 본 경험이 적고, 특히 한국계가 아닌 미국 변호사들과 일해본 경험이 적기 때문에 여러가지 시행착오가 많을 수 있죠. 그래서 오늘은 어떻게 좋은 변호사를 구하고, 합리적인 비용으로 업무를 위임할 수 있을지 알아…

  • 디지털 브랜드 따라잡기

    “디지털” 브랜드란? 디지털 브랜드의 특징은 온라인, 즉 블로그나 소셜미디어, 유튜브 등에서 팬덤을 형성하고, 이들을 핵심 소비자로 하여 입소문을 통해 시장을 넓혀가는 새로운 디지털 마케팅에 중점을 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마케팅 전략에 따라 대표적 디지털 브랜드 중 하나인 화장품 회사 Glossier 는 그동안 공식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서만 제품을 판매해왔고, 작년 말에 뉴욕에 플래그쉽 스토어를 오픈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 미국 상표 만료/연장/재등록?

    상표권은 기한이 정해져 일정기간 이후에 만료되는 특허와는 다릅니다. 사용을 계속 하는 한 상표권이 사라지지는 않죠. 하지만 한번 등록했다고, 등록이 평생 가는 것은 아닙니다. 법인 등록이 매년 갱신되듯이 상표도 갱신되어야 합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등록은 10년을 주기로 갱신이 필요합니다. 등록이 끝난다고 상표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등록이 취소되면 다시 등록하는 것이 번거로워지고, 등록권에 공백이 생기므로 10년 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