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상표법: “사용 주의”

재밌는 사례로 시작해 볼까요.

애플이 2007년 1월 아이폰을 데뷰하기 전부터 “i-” 로 시작하는 많은 제품들이 있었다는 것 기억하시나요? 예를 들면 iMac 시리즈는 이미 1998년에 처음, 그리고 iPod 은 2003년에 출시된 제품입니다.

헌데, 애플보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InfoGear Technology Corp. 라는 미국 회사가 있었습니다. iPhone 이라는 인터넷 전화기를 개발사 입니다.

네, 바로 그 유명한 iPhone 이름 그대로 입니다.

specimen in InfoGear's trademark application
specimen in InfoGear’s trademark application

물론, 애플이 i- 로 시작하는 제품을 만든 배경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실제로 iMac 은 Digi International Inc. 라는 회사가 1995에 등록하여 소유하고 있던 상표를 애플에서 1998년에 구입하여 사용한 바 있지요.

그런데, iPhone 은 어떨까요? 미특허청 기록에 따르면 InfoGear 에서 1997년 부터 사용한 이 상표는 1999년 부로 상표 등록되었습니다. 애플이 처음으로 “iPhone” 의 상표 등록을 출원한 것이 2007년 1월 8일 바로 아이폰 출시 전날 입니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요? 예상되는 것처럼 애플은 “iPhone” 상표에 대한 침해 소송을 당했습니다. 이때 이미 InfoGear는 Cisco 에 인수된 이후였기 때문에, 소송 당사자는 Cisco 였지만요.

만약 시스코의 애플에 대한 상표 소송이 끝까지 갔다면, 우리는 아마도 iPhone 대신 iPod 5G 를 손에 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전에 시스코는 iPhone 상표권을 애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합니다. 협상 테이블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을지는 알 수 없죠.

하지만 애플은 아마도 시스코가 iPhone 상표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므로 자신들의 iMac 이나 iPod 등의 제품의 인지도에 따라 i- 는 자신들에게 귀속된다고 주장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스코가 실제로 iPhone을 만들어 판매했다면 시스코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죠.

여러분도 상표권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사용” 해야 한다는 것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물론 미특허청에서는 선출원 (Intent-to-Use Application, ITU) 라는 제도를 마련하여, 상품을 개발/기획하는 단계에서 상표를 미리 출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물론 실제 등록은 상표를 사용한 후에 이루어지지만, 상표에 대한 심사는 미리 진행할 수 있고, 그만큼 해당 상표를 사용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일을 진행할 수 있겠죠.

이 모든게 바로 미국의 상표법은 “사용 주의”를 따르기 때문입니다. 사용하지 않으면 상표권이 발생하지 않고, 등록을 위해서는 제품 광고나 예고 등이 아닌 실제 사용 (간단히 말하면, 상표를 부착한 상품이 판매/유통 등의 목적으로 주경계를 넘어야 합니다) 이 미리 이루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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